시부모 모신 며느리의 기여분은 어떻게 인정받나
본인의 기여를 부정하는 다른 형제들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같이 부모님을 모시느라 고생한 아내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부모님 모시는 거 말이 쉽지, 보통 어려운 일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그렇지만 상속재산분할소송에서 부모를 모신 기여를 인정받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 결과 이 과정에서 시부모님을 모신 며느리가 희생당하기 십상입니다. 최악의 경우, 며느리가 시부모님을 모시느라 온갖 고생은 다 했는데도, 시누이, 시동생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면서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상속전문 오경수 변호사는 이런 사안을 많이 봤으므로, 시부모님을 오래 모신 며느리의 노고는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 것인지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말씀드리는 두 사례를 비교해 보면 답은 명확합니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120억 원 상당의 상가건물을 가지고 있었던 故 백인석 씨가 있었습니다. 이분에게는 부인 송덕분 씨가 있었고 자녀로는 백승재, 백영화, 백인화 1남 2녀가 있었습니다.
故 백인석씨는 생전에 상가 건물에서 임대사업을 했었는데, 장남 백승재씨와 부인 박정애씨 부부는 지난 20년 동안 부모님 두 분과 함께 살면서 건물 관리를 하고, 병원 모시고 다니고, 식사 챙겨드리고, 여행도 모시고 다니면서 봉양하였습니다. 다만 백승재씨 부부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아버지인 故 백인석씨에게서 생활비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故 백인석씨가 돌아가시자, 백승재씨의 두 여동생 백영화씨, 백인화씨는 아버지 재산을 똑같이 1/3씩 나누자고 하였습니다. 백승재씨와 박정애씨 부부는 기가 막혔습니다. 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실 때도 문병 한 번 오지 않았던 딸들이 이제와서 돌아가신 아버지 재산을 똑같이 나누자고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20년 동안 아버지를 모셨고 앞으로 어머니도 모셔야 하는데, 두 여동생이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해주지 않아 무척이나 속이 상했습니다.
여기서 시부모님을 모신 다른 며느리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수원에 60억 원 상당의 상가건물을 가지고 있었던 故 전종섭씨는 결혼을 두 번 하셨습니다. 전처 송분옥씨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 전진석, 전영석씨가 있었고, 후처 김옥자씨와의 사이에서는 막내 전유석씨가 있습니다.
故 전종섭씨의 막내 전유석씨는 부인 이수진씨와 함께 지난 15년 동안 부모님 두 분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막내아들 전유석씨 역시 변변한 직업이 없었습니다. 부인 이수진씨도 전업주부라 소득이 없었는데 이 부부가 전종섭씨와 김옥자씨를 모시면서 상가의 임대차 관리, 은행 업무 등을 대신 봐드렸고, 병원 모시고 다니고, 식사를 챙겨드렸습니다.
그러다 전종섭씨의 건강이 눈에 띄게 악화되자, 전유석씨는 만약 이대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두 이복형제가 재산을 똑같이 나누자고 할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은 아버지를 15년 동안 모셨는데, 두 형님은 아버지와 거의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 편찮으실 때 문병 오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받았지만, 그래도 지난 15년 동안 자신과 아내가 아버지를 모신 기여를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故 전종섭씨도 재산을 막내에게만 주고 싶다는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유석씨는 수원 상가 건물을 본인과 부인 이수진씨 공동명의로 증여받았습니다.
백승재씨와 전유석씨가 부모님을 모신 기간이 똑같지는 않지만, 아내와 함께 오랫동안 부모님과 동거하며 부모님을 모셨습니다. 두 아들 모두 일정한 직업이 없어 소득이 없었다는 점도 같고,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받아 가정을 꾸렸다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모시는 일이나 아버지의 재산을 관리하는 데에 소홀함은 없었습니다.
상속에서 이 백승재씨, 전유석씨 두 아들의 입장은 천양지차(天壤之差)로 갈라졌습니다.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똑같이 시부모님을 모신 두 며느리 박정애씨와 이수진씨의 입장도 완전히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한 명은 시부모님을 모신 기여 이상으로 상속이익을 얻었고, 다른 한 명은 시부모님 모신 기여가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민법에서 말하는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에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에 특별한 기여가 있는 사람에게 상속분을 가산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때 시부모님을 오래 모신 며느리가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두 가지 장애요소를 극복해야 합니다.
첫째, 며느리는 공동상속인이 아닙니다. 공동상속인의 배우자일 뿐이죠. 기여분은 공동상속인만 주장할 수 있는 것이어서, 며느리는 처음부터 기여분을 주장할 법적 지위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며느리의 기여를 아들의 기여와 함께 판단하여 이 문제를 처리합니다.
둘째, 이 부분이 중요한데, 단순히 피상속인과 동거하며 모셨거나, 가령 며느리의 기여가 있었기에 돌아가신 분이 재산을 유지할 수 있었다라는 정도로는 기여분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
그 이유는,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특별한 기여가 필요하는 데에 있습니다.
위 두 사안에서 두 며느리의 상속이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겠습니다.
먼저 전유석씨는 피상속인인 故 전종섭씨의 재산을 모두 증여받아 처음부터 상속재산분할과정에서 일어나는 기여분 분쟁 문제를 피했습니다. 두 이복형제 전진석씨와 전영석씨에게 유류분만 반환하면 되니까요.
피상속인 전종섭씨에게 배우자와 자녀 3명이 있었으니,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3/9지분, 전유석씨를 포함한 자녀들의 법정상속분은 각 2/9 지분입니다. 그래서 만약 전유석씨가 아버지에게서 미리 상가 건물을 증여받지 않았고, 기여분도 인정받지 못했다면, 세 아들은 1,333,333,333원(=6,000,000,000 X 2/9)씩 분배 받았을 것입니다.
실제 전유석씨는 재산은 아버지의 재산 60억 원을 모두 증여받았습니다. 유류분액은 법정상속분의 절반이므로, 전진석씨 와 전영석씨의 유류분 합계액 1,333,333,333원(=666,666,666X2)을 반환하면 상속은 끝납니다.
이때 전유석씨의 상속이익은 약 4,666,666,666원이나 되죠.
전유석씨가 아버지에게서 미리 재산을 증여받아 얻은 이익은 얼마나 될까요?
위 4,666,666,666원에서 원래 본인의 법정상속분액 1,333,333,333원을 뺀 3,333,333,333원입니다.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전유석씨와 이수진씨 부부는 지난 15년 동안 부모님을 모신 기여로 무려 3,333,333,333원을 받는 셈이 됐습니다.
물론 위 3,333,333,333원에는 어머니 김옥자씨의 법정상속분액이 포함되어 있어 상속이익이 아주 커졌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앞으로 전유석씨 부부가 김옥자님을 모실 것이고, 언젠가 김옥자님이 돌아가시면 그 재산을 전유석씨만 상속받을테니 그 결과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반면에 백승재씨는 두 여동생과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이룰 수 없어 결국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 동안 부모님을 모신 기여를 인정해달라는 내용의 기여분결정청구도 하였습니다.
백승재씨의 기여분결정청구에, 두 여동생은, 장남 부부에게 별다른 소득이 없었으므로, 이 부부는 부모님을 모신 게 아니라 그냥 얹혀 살았을 뿐이다, 경제적으로 무능하여 생활비를 받은 것이 그 증거다, 생활비를 받은 만큼 상속분이 깎여야 한다, 시부모님 모시는 며느리가 통상 할 수 있는 일로 기여분 결정청구를 한 거다, 오히려 장남 부부가 제대로 부모님을 모시지 않아서 부모님 건강이 나빠진 것이다 등등 온갖 공격을 하였습니다.
당연히 이 소송을 하는 중에 백승재씨와 박정애씨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두 동생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백승재, 박정애씨 부부가 받은 모멸감, 허탈감, 분노, 억울함은 이 세상 누구도 보상해 주지 못합니다. 더욱이 제3자적 관점에서 봤을 때, 가정법원이 백승재씨 부부가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하게 기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가정법원은 청구인 백승재씨의 기여분 청구를 기각했고, 피상속인 故 백인석씨의 재산을 법정상속분대로 분할하라는 심판을 하였습니다.
피상속인 故 백인석씨에게 배우자와 자녀 셋이 있었으므로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3/9 지분, 백승재씨를 포함한 세 자녀의 법정상속분은 각 2/9 지분입니다. 상속재산의 가액이 120억 원이었으므로, 백승재씨의 상속이익은 2,666,666,666원(=12,000,000,000 X 2/9)입니다.
백승재씨의 아버지 故 백인석씨의 재산액은 120억 원이었고, 전유석씨의 부친 고 전종섭씨의 상속재산이 60억 원이어서, 백승재씨 부친의 재산이 전유석씨 부친의 재산보다 2배 많았음에도, 백승재씨의 상속이익은 전유석씨보다 적습니다.
그 이유는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똑같이 기여분을 인정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유석씨는 이를 예상하고 미리 재산을 증여받았고, 백승재씨는 다른 형제들이 기여분을 인정할 것이라 믿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지난 20년 동안 시부모님을 모신 착한 며느리 박정애씨의 기여분은 어디서 보상받지 못한 셈이 됐습니다. 부모님을 잘 찾아오지도 않았던 두 딸과 남편의 상속이익이 똑같으니까요. 박정애씨의 지난 세월의 노고는 누가 알아주나요.
박정애씨는 재산을 더 받을 계산을 하고 시부모님을 모신 것이 아닙니다. 그런 계산을 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오랜 기간 시부모님을 모시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박정애씨는 그저 사람의 할 도리니 시부모님을 모신 효부입니다.
시누이들이 올케인 박정애씨가 그동안 부모님을 모신 사실을 인정해주고 그 노력을 인정해주는 말이라도 했다면, 재산을 비슷하게 나눈 상황 얼마든지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속재산분할소송을 하면서 박정애씨는 시누이에게 지난 세월을 송두리째 부정 당했습니다. 게다가 시부모님에게 빌붙어 살았던 사람 취급을 당했죠.
이런 상황은 정의가 아닙니다.
오경수 변호사는 사람의 도리로, 효심으로 부모님을 모신 사람이 모욕당하고 수모를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돈을 보고, 재산을 더 받으려고 부모님을 모시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을 오랜 기간 모신 자식에게는 반드시 상속재산 중 일정 부분이 그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상속재산분할청구, 기여분결정청구 사건 진행 과정에서 부모님을 모신 자녀의 기여분 인정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에, 백승재씨는 아내 박정애씨를 위해서라도 미리 조치를 해야 했습니다.
백승재씨는 아내를 위해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해 결국 소송에서도 사실상 진 것과 다름없어졌고, 가족관계도 전부 망가지고, 아내는 지금 화병이 나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속에서 시부모님을 모신 아내의 기여분은 남편이 챙겨야 합니다. 남편을 제외하고 그 기여를 인정하게 도와줄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본인의 기여를 부정하는 다른 형제들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같이 부모님을 모시느라 고생을 한 아내를 선택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