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 필요한 상황은?

  호적에 올라와 있는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고 실제 어머니는 따로 있다는 사실을 주변 친지들이 모두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생모는 법률상 모친이 될 수 없습니다. 설령 호적상 어머니와 서로 친자관계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당사자들도 다 인정하는 것인데 왜 생모로부터 상속을 받거나 생모의 수술에 동의를 할 수 없는 것일까요.

 

 

  누가 누구의 자녀이고 형제인지를, 국가를 포함한 제3자의 입장에서 일일이 주변지인들에게 물어서 파악하라고 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가족관계를 나타낼 수 있는 공적장부가 필요한 것이고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기 전까지는 호적부가 그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호주제 폐지와 함께 호적장부도 폐쇄가 되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장부로 가족관계등록부가 편성되었죠.

  상속이나 부양 등 신분법적인 권리 및 의무 관계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있는 내용으로 형식적으로 판단합니다. 실제 가족관계와 가족관계등록부의 내용이 맞는지 제3자가 확인해야 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겠죠. 그래서 실제 가족관계와 다르더라도 가족관계등록부에 친자로 되어 있으면 법률적으로 친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정정하기 위해서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라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민법은 가족관계등록부의 내용의 변동이 신분법상의 권리의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정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의 확인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물론 단순한 오기는 행정관청이 직권으로 정정해 줄 수 있습니다). 이때의 법원의 확인을 받은 절차 중 하나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입니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어떤 사람들 사이에 친자관계가 있다는 내용을 확인하는 ‘존재’확인의 소와 친자관계가 없다는 내용을 확인하는 ‘부존재’확인의 소를 그 내용으로 합니다. 보통은 이 두 가지 소송이 한꺼번에 이루어져야만 하죠.

  곽진욱씨(가명)의 돌아가신 아버지 곽기수씨(가명)는 서윤옥씨(가명)와 40년 전에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서윤옥씨와 결혼 초부터 불화가 생겨 서윤옥씨는 친정으로 돌아갔고 이후 이혼 절차가 늦어졌습니다. 그 사이에 곽기수씨는 이숙희씨(가명)와 다시 결혼을 해 그 사이에서 곽진욱씨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곽기수씨와 서윤옥씨의 이혼이 늦어지는 바람에, 곽진욱씨 초등학교 입학 전에 출생신고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곽기수씨는 어머니를 서윤옥씨로 해서 곽진욱씨에 대한 출생신고를 했었습니다. 이후 곽기수씨는 서윤옥씨와 이혼이 된 후 이숙희씨와 혼인신고를 하였습니다.

  위 곽진욱씨 사안에서 곽진욱씨의 법률상 모친은 아버지의 전처 서윤옥씨입니다. 생물학적인 어머니가 이숙희씨이고 이 사정을 집안 사람들 모두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서윤옥씨와 곽진욱씨 모두 서로 친자관계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마찬가지이지요.

 

 

  곽진욱씨가 법률상 어머니를 서윤옥씨에서 이숙희씨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가정법원에 제기하여야 합니다. 이 소송에서 곽진욱씨는 호적상 어머니인 서윤옥씨와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그리고 생모인 이숙희씨와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받아야 하죠.

  생모 이숙희씨와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서윤옥씨가 법률상 어머니로 되어 있는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서윤옥씨와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이 있으면 가족관계등록부에 서윤옥씨 기재만 삭제될 뿐 곧바로 생모 이숙희씨를 넣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는 존재확인과 부존재확인 모두를 받아야만 합니다.

  곽진욱씨가 이숙희씨와 친자관계가 있다는 유전자감정결과만 있다면, 이숙희씨와 서윤옥씨가 이미 사망을 했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윤옥씨가 현재 어디 살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어도 소송을 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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