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청구소송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방법

  가족관계등록부상 친아버지가 아버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친아버지로부터 상속을 받을 수도 없고 양육비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상속이나 부양과 같은 신분법상의 권리와 의무는 오로지 가족관계등록부상의 내용으로만 변동(발생, 변경, 소멸)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친아버지와 연결이 되지 않은 경우에 필요한 소송이 인지청구소송입니다.

 

 

  ‘인지(認知)’란 친부 또는 친모가 혼인 외의 자녀(혼외자, 婚外子)를 자신의 법률상 자녀로 인정하는 의사표시를 말합니다. 친모와 혼외자 관계는 출산이란 사실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친모와 혼외자 사이의 인지는 확인적 의미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부와 혼외자 사이는 오로지 이 인지를 통해서만 법률적 친자관계가 ‘창설’됩니다. 아무리 생물학적으로 친부와 친자 사이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 인지가 없으면 법률적으로는 남남입니다. 만약 친부가 혼외자에 대한 인지를 거부하거나 인지를 할 수 없을 때에는 인지청구소송이 필요합니다.

  인지의 방법에는 친부가 스스로 혼외자를 자신의 자녀로 인정하는 임의인지(任意認知)와 친부가 임의인지를 거부하거나 인지를 할 수 없을 때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는 강제인지(强制認知)가 있는데 인지청구소송은 강제인지를 실현하는 소송절차입니다.

  이 인지청구소송이 있고, 친부와 혼외자 사이에 생물학적인 친부자 관계가 인정된다면, 친부는 이 인지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인지청구권은 거래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금원을 받고 포기하는 약정은 법률상 무효이며, 실효의 법칙도 적용받지 않습니다.

 

 

  A는 B와 C의 자녀입니다. A의 친부 B는 부인 D가 있는 상태에서 C를 만났습니다. D와 혼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B는 C와 동거를 하던 중에 A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D는 오기를 가지고 B와 이혼을 해주지 않았고, 할 수 없이 C는 A의 아버지가 없는 것으로 하여 출생신고를 하였습니다. 그 후 25년의 시간이 흘렀고, A의 친부 B는 뇌졸중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B는 의식이 없습니다.

  위 A의 사안에서 A의 친부인 B는 스스로 A를 자신의 친자로 인정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친부의 임의인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친부 B에 대한 인지청구소송입니다.

  이 인지청구소송의 원고는 혼외자인 A가 될 것이고, 소송의 피고는 친부인 B입니다. 지금 B가 의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B입니다. A는 이 소송을 시작한 후 피고가 의식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여 B를 위한 소송상 특별대리인선임을 법원에 청구하여야 하죠. 그럼 피고인 B를 위한 특별대리인이 선임될 것이고, 이 특별대리인의 입회하에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특별대리인은 B의 친인척이 될 수도 있고, 중립적인 제3자(변호사 등)이 선임될 수도 있습니다.

  위 A의 사안에서는 인지청구소송을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 상태에서 만약 B가 사망한다면, 유전자검사를 하는 데에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B가 사망하여 시신을 화장(火葬)이라도 하면 그의 유전자샘플을 확보할 수가 없습니다. 칫솔에 묻은 구강내 상피세포나 빗에 남은 모근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런 시료에서 채취한 DNA 자료는 소송에서 쓸 수가 없죠. 그래서 B가 사망하기 전에 그의 유전자샘플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B의 형제자매나 B의 자녀들이 있으면 간접적으로 유전자검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B의 형제자매나 B의 자녀들이 이 검사에 협조를 하지 않을 때에는 무작정 유전자검사를 받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이들은 소송의 피고가 아니므로 법원이 유전자수검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지청구소송에서 승소를 하는 것이 아주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또한 친부 B의 친족들이 국내에 거주하지 않거나, B의 친족들 중에 소재 파악이 되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A는 친부 B에 대한 인지청구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유전자샘플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큰 무리 없이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습니다.

  A가 인지청구소송을 해서 승소를 하면, A는 B의 법률상 친자가 됩니다. B가 의식이 없거나 이미 사망을 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A는 B로부터 상속을 받을 수 있고, 혹시 C가 B로부터 과거에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다면 과거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