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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생부인허가청구가 필요한 경우오변의 법률cafe/가사 2025. 3. 7. 16:59
이혼이라는 결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결심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결정 후에도 많은 절차와 기다림이 남아 있습니다. 한 가정을 해체하는 일인데 쉽게 끝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두 사람이 완벽하게 합의하고 다른 어떤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최소한 4개월의 숙려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이 기간은 당사자들이 충분히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도록 법이 정한 것입니다. 재판상 이혼의 경우는 더욱 복잡해서, 짧아도 7~8개월, 길게는 2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혼을 결심하고 실제로 이혼 절차를 밟는 동안 부부의 관계는 어떨까요? 이혼 신고서가 제출되기 전까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 서로 소통하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혼 소송 중에 다른 사람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이혼 소송 중에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이유로 법적 불이익을 받는다면 어떨까요? 다음 사례의 주인공은 이런 상황 때문에 매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윤아 씨(34세, 회사원)는 전남편의 지속적인 폭언과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집을 나왔습니다. 벌써 3년 전의 일입니다. 전남편은 평소엔 조용하다가 술만 마시면 돌변하여 집 안의 물건을 부수고 윤아 씨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병원 치료를 받은 적도 여러 번이고, 경찰이 출동한 일도 있었습니다. 별거 중에도 전남편은 낮에는 사과를 하면서 밤에는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이혼 소송은 2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전남편이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며 잘못을 빌었기 때문에 판사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 사이 윤아 씨는 회사에서 만난 동료인 김태준 씨(37세, IT 개발자)와 연인 관계가 되었고, 두 사람 사이에 아이까지 생겼습니다. 마침내 이혼 판결이 확정되고 6개월 후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윤아 씨와 태준 씨는 기쁜 마음으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러 주민센터를 찾아갔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상태로는 출생신고가 불가능하며, '친생부인허가청구'라는 별도의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윤아 씨는 당황스럽고 두려웠습니다. 더구나 이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전남편에게 아이의 존재가 알려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이 아이와 전남편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 왜 그가 이 사실을 알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전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고, 어렵게 얻은 행복마저 잃을까 두려웠습니다. 윤아 씨는 과연 무사히 아이의 출생신고를 마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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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변의 법률포커스
안녕하세요, 오변의 법률포커스 오경수 변호사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상속 및 후견전문 변호사로서, 여러분께 정확한 법률정보, 실제 소송수행 사례 등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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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에는 '친생추정'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혼인 중에 임신한 아이는 남편의 아이로 추정한다는 규정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규정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엄마와 아이 사이의 관계는 출산이라는 명확한 사건으로 증명됩니다. 병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가 태어나기 때문에 엄마와 아이 사이를 속일 수 없습니다. 출생증명서는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서류입니다.
하지만 아빠와 아이 사이에는 이런 명백한 사건이 없습니다. 의심하려면 얼마든지 의심할 수 있는 관계인 것입니다. 모든 의심을 허용하면 출생신고는 계속 미뤄질 것이고, 그 기간 동안 아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받아야 할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민법이 친생추정 제도를 둔 이유는 바로 아이의 신분 보호를 위해서입니다. 혼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는 일단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여 아이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다만 이 절차는 정식 소송이므로 복잡하고 시간이 걸립니다.
문제는 민법이 '혼인 중 임신'의 기간을 '혼인 성립 후 200일 이후 또는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이혼 후라도 300일 이내에 아이가 태어나면 반드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혼 과정이 길고 복잡한 현실을 생각하면, 이혼 후에 태어난 아이까지 친생추정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문제를 인정하여 2015년,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아이에게까지 친생부인의 소송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 판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친생부인허가청구'라는 간소화된 절차를 도입했습니다.
친생부인허가청구는 전남편을 반드시 당사자로 하지 않고도 판사가 서류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간소한 절차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재판부가 전남편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동의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남편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제로는 위자료 소송 등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과학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있음에도 불필요한 절차를 강요하는 경우도 많아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만약 윤아 씨처럼 전남편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친생부인허가청구를 신청할 때 전남편에 대한 통지나 의견 청취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재판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절차상의 실수로 전남편에게 결과가 전달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경험 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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