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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회복청구와 인감도장오변의 법률cafe/상속 2018. 9. 20. 17:47
최근 들어 강성주씨(가명, 51세)는 철썩같이 믿었던 막내동생 강성남씨(가명, 55세)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아버지 강병국씨(가명, 향년 76세)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강성주씨를 포함한 형제들은 아버지가 남진 재산은 모두 어머니 김경자씨(가명 71세)에게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피상속인 강병국씨가 남긴 재산은 거주하던 주택과 논과 밭 정도였는데 김경자씨의 여생을 위해 모든 재산을 김경자씨 앞으로 하고 김경자씨가 돌아가시면 그때 재산을 정리하자는 것이 형제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막내인 강성남씨가 여러 형제들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다 모아 주면 남은 예금으로 세금처리하고 상속등기까지 마치겠다고 하였습니다. 막내동생을 의심하지 않았던 강성주씨와 다른 형제들은 순순히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모아서 강성남씨에게 보내주었죠. 그리고 나서 약 2년이 지나고 우연히 강성주씨는 아버지 강병국씨가 남긴 재산이 모두 막내 명의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깜짝 놀라 강성남씨에게 물으니, ‘형이랑 누나들이 다 그때 동의해서 상속처리를 한 것인데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라면서 오히려 큰소리를 뻥뻥 쳤습니다. 이후 강성남씨는 다른 형제들의 연락을 받지 않았고, 아버지 기일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강성주씨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어 이리저리 알아보기 시작했고 상속전문변호사로부터 상속회복청구라는 것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속권이 침해된 경우 이를 회복하는 절차로 상속회복청구라는 절차가 있습니다. 피상속인의 증여 또는 유증으로 인한 유류분 침해를 받았다면 유류분반환청구로 구제받을 수 있는데, 이 유류분반환청구와는 달리, 상속회복청구는 피상속인 사망 이후, 상속인이 아니면서 상속인의 외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속재산을 가져갔거나, 공동상속인이 다른 상속인의 상속권을 침해했을 때 등장하는 절차입니다.
상속회복청구는 참칭(僭稱)상속인 즉, 상속인이 아니면서 상속인의 외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것입니다. 이 참칭상속인에는 무효혼 배우자나 상속결격이 된 사람 또는 후순위 상속인이면서 무단으로 상속재산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런데 참칭상속인의 본래 정의에 포함되는 사람들이 상속권을 침해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 상속회복청구에서는 공동상속인이면서 참칭상속인인 경우가 더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공동상속인도 참칭상속인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정당한 상속인인데 어떻게 상속권을 참칭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상속인이 자신의 상속지분을 넘어 다른 상속인들의 상속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이러한 상속인을 참칭상속인이라고 합니다. 위 강성주씨의 사례가 바로 전형적인 사안이죠. 협의분할을 원인으로 상속등기를 해 상속재산을 단독으로 취득했지만 실제로는 공동상속인들의 협의가 없었던 경우입니다. 이러한 때에 강성주씨처럼 상속권을 침해받은 상속인은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속회복청구를 한다고 해서 곧바로 협의분할을 원인으로 한 상속등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한번 상속등기가 되면 그 등기는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추정이 생기기 때문이죠(이를 ‘등기추정력’이라고 합니다). 협의분할을 원인으로 한 상속등기가 있다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적법한 분할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이를 부정하려는 상속인들은 이 등기추정력을 뒤엎을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등기추정력은,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상속인들이 직접 인감도장을 찍은 것이 아니고, 상속재산분할협의서와 다른 내용의 협의가 있었기 때문에 인감도장을 준 것이라는 점이 입증될 수 있어야만 뒤집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점이 상속회복청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 될 수밖에 없죠. 그럼 어떤 증거가 필요할까요? 쉽게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강성주씨 사례의 경우, 강성남씨와 다른 형제들의 문자메세지,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이 가장 기본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내용 중에 ‘어머니 앞으로 등기를 이전하려고 하니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달라’는 취지의 말이 있어야겠죠.
다만 상속회복청구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권리를 행사하는 데에는 기간 제한이 있다는 점이죠. 상속회복청구권은 침해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라는 제척기간에 걸립니다. 둘 중 어느 한 기간이라도 지나버리면 아무리 억울해도 소송 자체를 법원이 받아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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