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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행위취소소송, 내 권리 온전하게 보장받기오변의 법률cafe/민사 2025. 4. 15. 11:07
사해행위의 정의와 의도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에게 손해를 끼는 행동을 사해행위라고 합니다. ‘채권자를 해치려는 의도로 채무자 일반재산의 감소를 일으켜 채권자에게 충분히 갚을 수 없는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채권자를 해치려는 ‘의도’입니다. 채권자에게 어떤 불이익이 가는지 전혀 몰랐으면 사해행위가 안 되는 겁니다. 다만 그 의도는 꼭 적극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재산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오히려 사해행위가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돈과 사람 관계의 갈등
다른 사람에게 한 번쯤은 돈을 빌리거나 빌려준 경험이 있을 텐데요. 때로는 약속한 이자나 기간을 어기기도 합니다. 돈으로 사람 관계가 망가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인데요. 물론 단순히 약속을 어긴 것만으로는 관계가 깨지지 않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때는 대개 서로 배려하게 되죠.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의도입니다. 알면서도 갚지 않을 때, 못 갚는 게 아니라 ‘안’ 갚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상대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법입니다.
박 씨의 사례와 사해행위 소송
박 씨는 얼마 전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상속재산으로 건물 한 채(시가 47억)가 있고, 상속인으로는 어머니와 박 씨를 포함한 2남 2녀가 있습니다. 박 씨는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사업자금 명목으로 3억 원을, 그리고 결혼 및 전세아파트 장만 자금으로 5억 원을 받았습니다. 장남으로 자라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고, 게다가 이미 재산도 많은 받은 박 씨는 동생들을 위해 상속 포기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박 씨의 채권자들은 이같은 상속 포기행위가 자기들 권리를 해친다며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상속재산분할 협의와 사해행위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 즉 재산보다 빚이 많은 채무자가 상속재산분할 협의로 상속분이 없는 것으로 합의(상속 포기)하거나 법정상속분보다 적은 액수를 받기로 한 합의가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판례를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판례의 해석
‘상속재산의 분할 협의는 상속이 개시되어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각 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공유관계로 이행시킴으로써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의 분할 협의를 하면서 상속재산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줄어드는 경우, 사해행위 취소의 범위는 그 재산분할 결과가 채무자의 구체적 상속분에 상당하는 정도에 미달하는 과소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할 것은 아니고, 구체적 상속분에 상당하는 정도에 미달하는 과소한 경우에도 사해행위로서 취소되는 범위는 그 미달하는 부분에 한정하여야 한다.’
상속분과 사해행위의 기준
풀어보자면 이렇습니다. 상속재산분할 협의 과정에서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거나 자기 법정상속분보다 적게 받았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사해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전후 상황을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건데요. 상속인으로서 채무자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상속분, 즉 구체적 상속분보다 ‘아주’ 적게 받기로 합의하는 정도는 돼야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취소할 수 있다는 겁니다.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사해행위가 안 된다는 말이죠. 혹시 사해행위가 된다고 하더라도 취소할 수 있는 범위는 구체적 상속분에 미달하는 부분에 한정됩니다. 전체를 무효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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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변의 법률포커스
안녕하세요, 오변의 법률포커스 오경수 변호사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상속 및 후견전문 변호사로서, 여러분께 정확한 법률정보, 실제 소송수행 사례 등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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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 사례의 분석
사례를 풀어볼까요. 피상속인인 아버지가 남긴 총 상속재산은 총 55억 원(47+3+5억)이고 각 상속인이 받는 법정상속분은 배우자가 15억 원(55억×3/11), 박 씨와 나머지 자식들이 10억 원(55억×2/11)입니다. 자기 몫으로 받을 10억 원 중 8억 원을 이미 받은 박 씨에게 남은 재산에서 주어지는 몫은 2억 원입니다. 박 씨의 구체적 상속분이 2억 원이라는 말인데요. 전체 채무 규모나 다른 여러 상황에 따라 사해행위취소소송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나 누가 봐도 2억 원이라는 금액은 쉽게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게다가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박 씨가 별 이유도 없이 주어진 권리를 포기하는 모습을 채권자들이 그냥 넘어가기는 쉽지 않겠죠.
특별수익과 사해행위 취소의 범위
다만 채권자들은 박 씨가 미리 받은 특별수익(8억 원)을 무시한 채 단순히 법정상속분 전체에 대해 사해행위 취소를 주장하는 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겁니다. 사해행위가 인정돼 취소되더라도 그 범위는 구체적 상속분에 미달되는 부분, 즉 2억 원에 한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어차피 상속재산분할 과정을 거치더라도 박 씨에게 주어지는 몫이 2억 원뿐이므로 백번 양보해 사행위가 되더라도 채권자들이 취소할 수 있는 부분은 2억 원을 넘을 수 없는 겁니다. 애초에 자기 소유가 아닌 권리로 남을 해칠 수는 없으니까요.
현금 수령과 사해행위의 가능성
그렇다면 만일 박 씨가 상속재산분할 협의 과정에서 자기 상속분에 해당하는 지분을 포기하는 대신 그에 해당하는 현금을 받기로 했다면 어떨까요. 엄밀히 말하면 이를 상속 포기라고 보긴 어려운데요. 이 경우도 박 씨 행동은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가하는 사해행위가 될까요.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해 대법원은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거나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여 주는 행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박 씨가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면서 유일한 상속재산인 부동산에 관해 자기 상속분을 포기하는 대신 소비하기 쉬운 현금을 지급받기로 했다면, 이런 행위는 실질적으로 채무자가 자기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아니하여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며, 이와 같은 금전의 성격에 비추어 상속재산 중에 위 부동산 외에 현금이 다소 있다 하여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판례의 중요성과 현금 수령의 위험성
중요한 판례인데요. 비록 겉으로 볼 때 상속을 포기한 걸로 보이진 않더라도 부동산 지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현금을 받는 행동은 채권자들로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라도 써버리면 그만이니까요. 판례가 ‘소비하기 쉬운’ 현금이라고 굳이 설명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러므로 만약 박 씨가 지분 대신 현금을 받기로 협의하는 경우에도 채권자들은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쟁점과 대비
사해행위취소소송에는 쟁점이 많습니다.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취소하고 또 원상회복까지 마쳐야 비로소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죠. 채무자가 마음먹고 숨기거나 없앤 재산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드시 소송에 앞서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고 소송절차 전반에 관한 대비를 어느 정도 마쳐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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