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분할의 단계적 절차

  누구나 그 시점이 문제일 뿐 상속관계의 당사자가 됩니다. 천애고아로 자라, 가족 없이 혈혈단신으로 살다 세상을 떠난 사람이 아니라면, 다른 가족의 사망으로 재산을 받거나, 반대로 가족들에게 재산을 물려 줄 입장이 되죠. 이렇게 상속 문제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상속 문제가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그래서 상속재산분할의 단계적 절차를 잘 밟아 상속문제를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잘 아시다시피, 어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의 재산과 빚은 상속인들이 승계합니다. 이를 상속이라고 하죠.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하거나 상속결격 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 어떤 사람이 사망한 즉시 상속이 개시됩니다. 그래서 그의 재산과 빚은 공동상속인들이 공동소유하고 또 공동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상속재산을 공동소유하는 상태를 계속 둘 수는 없겠죠. 이러한 상속재산의 공유관계를 해소하고 상속재산을 상속인들에게 귀속시키는 절차를 상속재산분할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속재산분할의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한 단계를 거쳐야만 합니다. 그 여러 단계는 재산분할을 위한 논리적 선후관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한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분할절차 전체가 무효로 되거나 상속인들 사이에 큰 분쟁이 생기기 때문에 각 단계에 등장하는 논의를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속재산분할의 과정은 다음의 네 단계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Step 1. 상속인의 확정 단계 :

누가 피상속인의 공동상속인이 되는가

Step 2. 상속재산의 확정 단계 :

무엇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인가

Step 3. 상속분의 확정 단계 :

공동상속인의 상속재산분배비율은 어떻게 되는가

Step 4. 분할형태의 확정 단계 :

상속재산분배비율에 따라 재산을 어떤 형태로 나눌 것인가

 

그럼 위의 각 단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Step 1. 상속인의 확정 단계 : 누가 피상속인의 공동상속인이 되는가

 

  상속재산분할의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상속인의 확정 단계입니다. 대부분의 상속 사건에서는 상속인이 누구인지 문제되지 않습니다. 피상속인의 가족관계등록증명서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이복형제 또는 동복형제가 있는 사안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거나 얼굴도 본 적이 없어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그 형제의 생사를 모른다면 당장 상속인 확정 문제가 생기겠죠. 당연히 이 단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이상 상속재산분할 절차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 형제가 생존해 있다면 바로 상속인이 될 것이고, 그 사람이 사망했다면 그에게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상속인이 누구인지 달라집니다.

 

  또한 피상속인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실제 자녀가 아닌 사람이 친자로 등재가 되어 있는 경우 친생자소송으로 그 사람을 빼지 않는 한 친자 아닌 사람도 상속인이 되고, 반대로 피상속인의 자녀이지만 그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친자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인지소송이나 친생자소송으로 상속인의 자격을 취득해야만 상속재산분할 절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Step 2. 상속재산의 확정 단계 : 무엇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인가

 

  피상속인의 공동상속인이 누구인지 확실하다면, 이제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죠. 바로 상속재산의 확정 단계입니다. 그런데 상속재산의 확정에는 다시 다음 두 가지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재산과 실제 그의 재산에 차이가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피상속인의 차명으로 재산을 운용했거나, 반대로 다른 사람이 피상속인의 명의를 빌렸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명의신탁관계가 있었다면 상속재산분할 절차 외에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소유관계를 정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피상속인이 생전에 다른 사람에게 한 증여재산과 유언으로 증여한 재산을 확정하여야 합니다. 상속재산분할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그의 명의로 남아 있는 재산을 분할하는 절차이나, 상속인들 사이의 재산의 분배비율을 정할 때에는 위 증여재산과 유증재산의 가치를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Step 3. 상속분의 확정 단계 : 공동상속인의 상속재산분배비율은 어떻게 되는가

 

  상속인과 상속재산을 확정하였다면 상속재산분할의 하이라이트, 상속분의 확정단계 국면으로 넘어갑니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상속재산은 법정상속분대로만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법정상속분대로 나누어지는 조건이 더 까다롭습니다. 상속재산분할이 법정상속분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① 공동상속인 중에 기여상속인이 없고, 그리고 생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특별수익을 한 상속인이 없거나 또는 ② 기여상속인 혹은 특별수익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상속인 사이에 법정상속분대로 재산을 나누자는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기여분과 구체적 상속분은 상속재산분할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 두 가지 모두 피상속인의 재산은 되도록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피상속인의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의 재산에 기여가 있거나 피상속인을 부양하는 데에 기여가 있는 사람에게 재산을 더 분배(기여분)하는 것이 마땅하고, 피상속인으로부터 미리 재산을 받아간 사람(특별수익자)이 있는 때에는 그만큼 상속재산을 덜 가져가게 (구체적 상속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Step 4. 분할형태의 확정 단계 : 상속재산분배비율에 따라 재산을 어떤 형태로 나눌 것인가

 

  이제 상속재산분할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상속인, 상속재산, 상속비율까지 정해졌으니 이제 재산을 어떤 형태로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남겠죠. 피상속인의 재산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을 때 이 문제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를 테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이 부동산(주택, 상가, 토지), 금융재산(예금, 주식, 채권), 동산(자동차, 귀금속, 예술품) 등으로 구성되어 있을 경우 모든 재산을 상속분대로 공유하는 하는 방법은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귀금속을 공유하면 당장 그 귀금속을 누가 보관하고 누가 사용할 것인지의 문제가 생길 테니까요.

 

  실제 상속재산분할의 실무에서도 상속재산에 대한 공유관계를 남기지 않는 쪽으로 재산을 분할하고 있습니다. 가령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이 부동산인 경우 그 부동산을 상속인들이 공동소유하는 것보다는 상속인 중 한명 또는 뜻이 맞는 일부가 소유권을 취득하고 다른 상속인들에게 상속분에 상응하는 돈을 지급하여 정산을 한다면 깔끔하게 재산분배절차를 매듭지을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