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재산 명의를 돌려놨을 때 유류분청구기간

  피상속인(재산을 남기고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재산을 장남이나 장손에게만 증여하거나, 유언으로 막내 아들에게만 재산을 주었을 때, 재산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피상속인이 자신의 의사로 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유언에 따른 증여)을 한 이상 이 효력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증여 또는 유증으로 상속인간의 큰 불평등이 생겼을 때 사후적으로 불평등을 완화하는 조치는 가능합니다. 이 절차가 바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죠.

  그런데 이 소송은 생전의 피상속인이 한 재산처분의 효력을 일부 취소하는 매우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송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른 일반 민사적 권리보다 짧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억울해도 이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구제을 받을 수가 없죠.

  유류분반환청구권이란 권리는 10년의 장기소멸시효와 1년의 단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습니다. 10년의 장기소멸시효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10년입니다. 그래서 피상속인이 2008년에 사망했다고 한다면 유류분이 침해됐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하더라도 2019년에는 유류분 소송을 할 수 없습니다(물론 소송의 피고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지 않고 순순히 재산을 반환하겠다고 한다면 재산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럴 일은 별로 없겠죠).

  또한 위 권리는 1년의 단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 때 1년을 언제부터 계산하는지가 중요한데요, ① 피상속인의 사망사실과 ② 증여 또는 유증으로 유류분이 침해됐다는 사실을 모두 안 날로부터 1년입니다. 10년의 장기소멸시효에 비해 단기소멸시효를 언제부터 계산해야 하는지가 상대적으로 불명확해지기 때문에 많은 유류분 소송에서 이 단기소멸시효가 주요 쟁점이 되곤 합니다.

  그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유류분청구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윤수정씨(가명, 29세)는 최근 외할아버지 고일근씨(가명, 86세)가 큰외삼촌 고명섭씨(가명, 62세)와 작은 외삼촌 고명인씨(가명, 60세)에게 상가건물과 집을 넘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윤수정씨와 윤수현씨(가명, 27세)의 어머니 故 고유라씨(가명, 향년 50세)가 8년 전에 세상을 떠난 후에도 윤수정씨와 윤수현씨 자매는 명절이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생신 때 외가에 가곤 했는데 이번 설에 우연히 외할아버지 재산이 전부 삼촌들에게 이전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윤수정씨의 아버지 윤홍렬씨(가명, 60세)는 처가의 재산 문제이니 관여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외할머니 문덕순씨(가명, 84세)는 지금 요양원에 계서서 윤수정씨는 이 문제를 가지고 어디에 하소연 할 데도 없습니다. 외할아버지가 삼촌들에게 준 재산이 얼마나 비싼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리 적어도 20억 원은 넘을 것 같은데, 윤수정씨는 자신들만 쏙 빼놓고 재산을 삼촌들에게만 준 외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또 외할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받고도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삼촌들도 미웠습니다.

  윤수정씨는 어디선가 증여가 있던 때로부터 1년 안에 소송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유류분소송이 가능한지 문의하기 위해 상속전문변호사에게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윤수정씨와 윤수현씨는 지금 당장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유류분반환청구는 피상속인 그러니까 이 사안에서는 외할아버지 고일근씨가 돌아가신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그럼 외삼촌들에게 재산이 넘어갔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는데 1년의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유류분반환청구의 단기소멸시효는 피상속인의 사망사실을 알고 유류분침해사실을 알아야 진행합니다. 즉, 아직 피상속인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윤수정씨 자매에게 애초에 유류분반환청구권이라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소멸시효도 진행하지 않는 것이죠. 따라서 외할아버지 고일근씨가 돌아가시고 1년 안에 소송을 하면 유류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걱정하실 일이 아니란 뜻입니다.

  다만, 고일근씨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외삼촌들이 받은 재산을 모두 써서 없애버리면 유류분소송을 하더라도 받을 재산이 없겠죠. 유감스럽지만 그 점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직 유류분반환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이나 부동산가압류 등의 보전처분도 할 수 없죠.

  일단 윤수정씨와 윤수현씨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때 바로 소송을 해도 늦지 않으니 지금 조급해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까요.

  故 박의호씨(가명, 향년 85세)의 딸 박연선씨(가명, 62세)는 얼마 전에 아버지 재산이 전부 동생 박연우씨(가명, 60세)와 박연수씨(가명, 58세) 명의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어머니 김언경씨(가명, 85세)도 모르던 일이었죠.

  미국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박연선씨는 아버지 故 박의호가 위독할 때 한국에 들어와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것이 2년 전 일이었는데, 같은 교회를 다니던 이웃 교민이 한국에 있는 상속재산으로 소송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문득 아버지 재산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박연우씨에게 확인을 해보았죠. 그런데 연락을 다시 준다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달부터 아예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불안해진 박연선씨는 아버지가 사셨던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떼어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미 박연우씨 앞으로 명의가 되어 있었습니다. 박연선씨는 깜짝 놀라 박연수씨에게 물어보니 박연수씨는 생전에 아버지가 아파트를 형에게 주겠다는 말을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였습니다. 박연선씨는 두 동생이 이 사실을 자기에게만 알려주지 않은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아 한국에 있는 상속전문변호사에게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박연선씨 사건이 유류분반환청구사건 중에서 어려운 사안에 속합니다. 우선 피상속인이 사망한 지 1년이 지난 상태에서 유류분소송의 원고인 박연선씨가 유류분침해사실을 언제 알았는지가 관건이 되겠죠. 박연우씨와 박연수씨는 박연선씨 역시 증여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강하게 주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박연선씨는 자신이 증여사실을 나중에 알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여야 합니다. 사안에 따라 이 점이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단기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때 몇 가지 요소가 있는데, ① 증여된 재산이 피상속인의 유일한 또는 주요한 재산이었는지, ② 피상속인 생전에 유류분원고가 이 재산의 존재를 알 수 있었는지, ③ 피상속인 사후 상속인들 사이에 상속재산분배를 놓고 협의를 한 적이 있었는지, ④ 생전의 피상속인이 이 재산에 대해 어떠한 말을 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위 사안에서 박연선씨에게 불리한 점은 증여된 재산이 바로 피상속인이 살고 있던 집이라는 점입니다. 보통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 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상속인들 사이에 논의를 하는 것이 보통이죠. 물론 부모님 재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로 재산의 증여를 나중에 안 분들이 공통적으로 부모님의 재산에 큰 관심이 없거나 단순히 막연하게 재산이 어떻게든 나누어질 것이라고만 생각을 하셨습니다. 유류분소송의 피고는 바로 이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입니다.

  반면에 유리한 점은, 박연선씨가 오랫동안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고, 박의호씨 사망 이후 형제들 사이에 재산에 관해 아무런 논의가 오고 가지 않았다는 점, 어머니 김언경씨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 등입니다. 상속전문변호사는 이 점을 강조하여야 하겠죠.

  지금까지 아버지가 재산 명의를 아들에게 돌려놓았을 때 유류분청구기간을 알아봤습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자신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