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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분할에서 배우자가 증여받은 재산의 처리오변의 법률cafe/상속 2020. 8. 28. 15:43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 노후자금으로 쓰라고 어머니 통장에 1억 원 정도를 넣어 두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평소에 집에 잘 오지 않았던 막내 여동생이 나타나서는, 아버지 재산을 나눌 때 어머니가 먼저 증여받은 1억 원을 계산에 넣어 재산을 다시 나누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여동생이 변호사한테 상담을 받고 왔다고 하는데, 자기 몫을 법대로 찾아가겠다고 하면서 지금 형제들끼리 대화가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의 상속인들이 재산과 채무를 승계합니다. 이때 상속인들은 재산을 어떤 비율과 어떤 형태로 분배를 할지 결정을 할 수 있는데요, 이 과정을 상속재산분할이라고 합니다.
상속재산분할에서는 상속인들의 협의가 가장 우선합니다. 비율이 객관적으로 불공정한 것처럼 보여도 상속인들이 협의만 이루어진다면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가 이루어지기 어렵거나 불가능할 때에는 가정법원의 상속재산분할심판 절차에 따라 재산을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법원은 '법대로'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심판을 하는데요, 이때 재산을 분배하는 기준은 '구체적 상속분'입니다. 이 구체적 상속분은 법정상속분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죠.
그럼 이 구체적 상속분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쉽게 말해 구체적 상속분은 상속재산(피상속인 사망 당시 재산)을 분배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많은 경우 법정상속분(소위 '1/n')과 구체적 상속분이 서로 다른데요, 어째서 그럴까요?
구체적 상속분을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생전의 특별수익과 기여분이죠.
민법은 공동상속인 중에 특별수익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상속분을 산정할 때 그 특별수익을 고려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때 특별수익은 상속분을 미리 준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 증여를 말합니다(그래서 증여와 특별수익이 꼭 같은 것은 아닙니다).
100억 원의 재산을 가진 A라는 사람에게 B, C 두 자녀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A가 세상을 떠나면 B와 C는 50억 원씩 재산을 나누어 가지면 됩니다. 이때의 구체적상속분 비율은 1:1이고 이는 법정상속분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생전의 A가 B에게 먼저 20억 원을 줬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럼 상속재산은 80억 원이 되고, 이 재산은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요?
나머지 재산 80억 원도 '1/n'으로 나누어야 한다면 B는 또 40억 원을 받고, C는 40억 원을 분배받아 최종적인 상속이익에서 불균형이 생기겠죠. B는 총 60억 원을 받았으니까요.
민법이 생전의 특별수익을 고려하라고 한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A의 총재산이 100억 원이니 법정상속분을 따지면 B와 C는 각 50억 원씩의 권리가 있고, B가 먼저 20억 원을 가져갔으니 남은 재산 80억 원 중에서 30억 원만 가져가라는 것입니다. 그럼 B와 C 둘다 50억 원씩 받아가는 셈이 되겠죠. 이 경우 상속재산의 분배비율은 3:5가 됩니다.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에 이어 상속재산의 분배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기여분입니다.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에 상속재산의 형성, 유지, 가치증대에 특별한 기여가 있거나 또는 피상속인을 부양하는 데에 특별한 기여가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 사람에게 먼저 상속분을 분배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A가 B, C 두 자녀를 남기고 100억 원의 재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A의 재산 중 20억 원은 사실 B가 보태 준 것이라고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B의 기여분이 20%라고 한다면, 먼저 상속재산 중 20%를 떼어내어 B에게 분배합니다. 그럼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80억 원이고 이를 다시 B와 C가 공평하게 나누면 각자 40억 원씩 분배받겠죠. 여기서 B는 기여분 20억 원에 상속재산에서 40억 원을 분배받아 총 60억 원의 상속이익이 생깁니다. 그리고 구체적 상속분 비율은 3:2가 됩니다.
이처럼 공동상속인들 중에 특별수익을 받은 사람이 있거나 기여분이 있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상속재산분배비율이 '1/n'과 크게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실제 대부분의 상속재산분할사건에서 이 특별수익과 기여분이 중요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망인과 오랜 기간 동안 혼인생활을 유지했던 배우자가 받은 특별수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입니다.
가령 망인이 병상에서 요양원에서 입원한 배우자의 간병비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목돈을 주거나 또는 부동산을 남겨두었다면, 이 역시 공동상속인이 망인으로부터 생전에 증여를 받았으니 특별수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망인으로부터 특별수익이 있으니 상속재산분배에서는 그만큼 덜 분배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죠.
상속재산분할이 아닌 유류분반환사건에서는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망인과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 유지하고 자녀들에 대한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온 경우, 그 생전 증여에는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의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위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즉, 망인이 오랜 기간 혼인생활을 함께 한 배우자에게 한 증여의 전부 또는 일부는 유류분반환의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또는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유류분반환청구 사건의 대법원 판례 법리가 상속재산분할에서 구체적 상속분을 산정할 때 적용될 수 있을까요?
망인의 배우자가 생전에 증여를 받은 것이 있지만, 상속재산분할에서 이 증여를 고려하지 않고 배우자의 구체적 상속분 비율을 산정한다면, 망인의 배우자는 증여받은 재산 외에 상속재산에서도 상속분을 취득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와 관하여 아직 대법원 판례는 없지만 서울고등법원과 서울가정법원은 상속재산분할절차에서 배우자 특별수익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결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기여분 결정 청구는 특별한 기여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제도인데, 특별한 기여라고 볼 정도는 아니라서 기여분 결정 청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이더라도, 앞서 본 특별수익 제도의 입법 취지 및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특별수익의 소극적 요소로 검토할 수 있는 배우자의 기여, 청산, 부양 등의 요소를 여전히 상정할 수 있다"고 한 다음,
"피상속인의 생전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상황,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 배우자인 상대방의 기여나 노력의 정도, 상대방에 대한 청산과 부양의 필요성과 정도, 이 부분 증여의 목적과 액수 등 앞서 든 증거와 사실관계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위의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상대방이 현금으로 증여받은 부분을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서울가정법원 역시 위와 같은 논리로 상속재산분할과정에서 배우자 특별수익 법리를 적용하여 배우자의 구체적 상속분을 산정한 예가 있습니다.
물론, 배우자가 받은 증여가 모두 '배우자 특별수익'에 해당하여 구체적 상속분 산정 과정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배우자가 받은 증여를 구체적 상속분 산정 과정에서 제외하더라도 다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배우자가 망인으로부터 대부분의 재산을 증여받았다고 한다면, 구체적 상속분 산정과정에서 배우자가 받은 증여를 얼마든지 특별수익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위 사안에서 아버님의 남기신 재산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상속재산이 어머님이 받으신 1억 원보다 훨씬 크다면, 어머님이 받으신 돈은 특별수익에서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속재산분할과정에서 어머님이 1억 원을 받으신 경위와 혼인생활에 대한 공로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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