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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반환 제한의 가능성과 판례오변의 법률cafe/상속 2020. 10. 21. 15:39
대한민국 상속법에는 유류분반환제도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피상속인의 상속인이라면 누구나 최소한도의 재산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유류분과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면서 이를 제한하는 규정도 두고 있는 나라들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유류분의 상실, 감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류분권리자가 상속포기를 하거나 상속결격이 되지 않는 이상 민법이 정하는 비율에 따른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위와 같은 원칙을 일관하다보면, 실제로 상속인의 유류분반환청구가 부당해 보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상속결격에 해당하지 않는 상속인의 유류분반환청구가 제한되는 사례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이에 관련한 실제 법원의 판례들을 알아보겠습니다.
Image by Alexas_Fotos from Pixabay 1. 배우자 특별수익의 법리
피상속인이 배우자에게 생전 증여를 했거나 유증을 했을 때, 이 재산 중의 일부 또는 전부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다른 상속인들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이 제한되는 결과로 이어지죠.
실제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상속인이 배우자와 1남 2녀를 두고 세상을 떠났고, 피상속인은 사망하기 약 7년 전 배우자에게 부동산을 증여하였습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고 나서 두 딸은 어머니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였고, 1심과 항소심은 모두 두 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Image by WikiImages from Pixabay "어떠한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는 피상속인의 생전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상황 등을 참작하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하여 당해 생전 증여가 장차 상속인으로 될 자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 그의 몫의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하는데,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가 되어 그와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에게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온 경우, 생전 증여에는 위와 같은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다66644 판결)그래서 대법원은,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피상속인이 사망할 때까지 43년 4개월 남짓의 혼인생활을 유지해 왔고, 피상속인이 피고(피상속인의 배우자)에게 부동산을 생전 증여한 데에는 피고가 피상속인의 처로서 평생을 함께 하면서 재산의 형성·유지과정에서 기울인 노력과 기여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청산, 부양의무 이행 등의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이를 반드시 공동상속인 중 1인에 지나지 않는 갑에 대한 상속분의 선급이라고 볼 것만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두 딸의 어머니에 대한 유류분반환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자녀들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하겠습니다.
2. 신의칙 법리로 유류분반환청구를 기각한 사례
민법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제2조 제1항)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권리 행사가 신의성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일부 하급심 판례 중에서는 이 신의칙 법리를 근거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을 제한한 예가 있었습니다.
실제 사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피상속인(원고들과 피고의 모친)은 사망하기 10년 전에 재산을 피고에게 증여하였습니다. 그리고 2년 후 심각한 노인성치매증상이 나타났고, 피고는 피상속인이 사망할 때까지 8년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반면에 원고들은 피고가 피상속인을 모시는 8년 동안 단 한 번도 피상속인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Image by Rolf Johansson from Pixabay 이 사안에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원고들의 유류분반환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모든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 하여서는 안 된다는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을 받는다고 할 것인바,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피고와의 많은 나이 차이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데 기여한 바도 없고, 원고들의 아버지인 소외 1이 사망하자 자신들의 상속분을 분배받기에 급급하였으며 어머니인 소외 2가 8년간이나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부모를 부양하여야 할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병간호에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오로지 피고에게만 모든 것을 부담시키다가 소외 2가 사망하자 피고가 이미 10년 전에 증여받은 소외 2의 재산(앞에서도 본 바와 같이 8년간의 투병생활로 거의 소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에 관하여 분배를 요구하면서 소외 2의 증여행위로 원고들의 유류분이 침해받았다고 하여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이는 증여 및 처분 이후 10년여 동안 형성된 피고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일 뿐아니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보호하려는 우리 법질서와 조화되지 않고 사회 일반의 정의관념과 형평성에 비추어 용납될 수 없는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유 없다
( 부산지방법원동부지원 1993. 6. 17. 선고 92가합4498 판결)위 사안에서 원고들이 항소를 포기하여 위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기 때문에, 위 판결의 내용이 다른 유사한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위 신의칙 법리가 받아들여진다면, 상속인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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