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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분할, 피할 수 없다면 원하는 결과 얻어야오변의 법률cafe/상속 2024. 12. 13. 10:42
사망한 사람이 유언을 남겼다면 그에 따라 상속재산을 나누는 게 원칙입니다. 유언 내용이 너무 차별적이라거나 남긴 유언이 없는 때에는 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 상속인들 사이에 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형제들보다 적은 재산을 받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이런 경우 오랜 싸움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미리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 상속재산분할 소송에 대비하는 게 좋습니다.
소송이 시작되면 조정을 비롯해 상속인들 사이 의견을 맞추는 과정을 다시 거치게 됩니다. 재판부는 되도록 합의를 통해 사건이 해결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재산에 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구체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재산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혹시 피상속인에게 드러나지 않은 채무는 없는지, 다른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없는지 등.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白戰不殆), 즉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습니다. 내가 아는 만큼 소송에서도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만 이미 상속재산분할 소송으로 번진 이상 조정으로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미 상속인들 사이 감정이 나빠질 대로 나빠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양쪽 모두 변호사라는 전문가들이 감정을 배제한 채 객관적인 정황만으로 협상에 나서게 되므로 당사자들이 직접 대화하는 경우보다는 낫겠으나 한 번 틀어진 감정은 되돌리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가족들 사이 묵은 감정은 그사이 쌓인 세월만큼이나 풀기 복잡한 법이죠. 협의가 안 되면 본격적으로 소송 본안으로 다투는 수밖에 없습니다.
상속재산분할 소송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두 가지 꼽자면 특별수익과 기여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수익은 상속인이 미리 증여받은 재산을 말하고, 기여분은 피상속인이나 상속재산에 대해 특별히 기여한 정도를 가리킨다고 보면 됩니다. 미리 재산을 받은 상속인은 받은 만큼 남은 재산에서 덜 가져가야 하고, 기여분을 인정받은 상속인은 자기 상속분 외에 추가로 상속몫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법이 정한 상속분을 완전히 뒤집어버릴 수도 있는 강력한 요소인 겁니다.
상암동에 사는 혜경 씨(50세)는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 재산을 두고 오빠들과 다툼을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남은 재산은 아버지가 살던 아파트(시가 7억)뿐이었습니다. 두 오빠는 이미 10년 전쯤 아버지로부터 선산을 포함해 모든 부동산(시가 20억 이상)을 증여받았습니다. 당시 오빠들이 함께 운영하는 사업이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상속을 미리 하는 거라 말씀하셨고, 오빠들도 동의했습니다. 남은 아파트는 혜경 씨 몫이라는 말도 늘 해왔으나 따로 유언장을 남기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빠들은 시간이 오래 지났고 지금은 상황을 어렵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다른 말씀을 하셨다는 이유로 남은 아파트도 나누자고 했습니다. 혜경 씨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사례에서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은 총 27억입니다. (오빠들이 받은 재산을 20억으로 가정) 상속인이 3명이므로 각 상속인에게 보장된 법정상속분은 9억(27×1/3)씩입니다. 민법 제1008조는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을 규정하는데요. 특별수익자는 ‘수증재산이 자기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즉 받은 재산이 법정상속분보다 적을 경우, 그 부족한 만큼만 상속분으로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법정상속분이 5억인데 미리 3억을 증여받았다면 그 사람 상속분은 2억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사례에서 오빠들은 오히려 법정상속분보다 많이 받았습니다. 이들을 초과특별수익자라고 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법정상속분보다 많이 받은 부분을 토해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민법 규정에 따르면 특별수익자는 ‘법정상속분보다 특별수익이 적을 때’만 상속분이 생기므로 사례에서 오빠들에게 인정될 상속 몫은 0이 되는 됩니다. 가져갈 재산이 전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오빠 중 누구라도 기여분을 주장해볼 수는 있습니다. 기여분이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상속재산을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데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에게 인정하는 추가 상속분을 말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특별함’입니다. 단순히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만일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오빠들도 남은 재산에서 자기 몫을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기여분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남은 재산은 혜경 씨 몫이 되는데요. 아파트를 다 가져와도 혜경 씨는 자기 법정상속분만큼을 다 챙기지 못합니다. 조금 억울할 수 있는데요. 혹시 부족한 부분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는 없을까요. 안타깝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초과특별수익은 반환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는 유언자에게 주어진 재산처분의 자유 영역이라고 봐야 하는 겁니다.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통해 사전에 오빠들에게 증여된 재산이 추가로 발견되는 경우 그 규모에 따라 유류분반환청구를 고민해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규모가 매우 커야 하겠으나 실제로 예전에는 아들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몰아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므로 충분히 확인해볼 가치는 있습니다. 실제로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재산이 소송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요. 전문가 도움을 받아라, 경험 많은 전문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하라는 말은 괜한 게 아닙니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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