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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분할포기각서의 효력오변의 법률cafe/상속 2019. 6. 19. 20:06
김윤정씨(가명), 김윤희씨(가명), 김윤영씨(가명) 자매는 아버지 김상원씨(가명)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의 요구대로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세 자매의 아버지 김상원씨는 워낙 가부장적인 사람이어서, 집안의 재산을 아들 김우선씨(가명)와 김우일씨(가명)에게만 상속되길 원했죠. 어머니 채영미씨(가명) 역시 아들 밖에 모르는 분이어서 김윤정씨와 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각서에 인감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 김상원씨가 돌아가시고 나서, 둘째 딸 김윤희씨는 아무리 각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 명의로 남아있는 재산을 아들들만 상속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두 오빠에게 재산을 나누어 달라고 했는데 김우선씨와 김우일씨는 딸들이 아버지 살아계실 때 재산포기각서에 인감도장까지 찍지 않았느냐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김윤정씨와 김윤희씨 그리고 김윤영씨는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재산분할포기각서에 인감도장을 찍었는데 정말 아버지의 재산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피상속인 김상원씨가 생존해 있을 때 작성된 재산분할포기각서는 법률상 효력이 없습니다. 김윤정씨 자매가 재산분할포기각서에 인감도장을 찍고 설령 공증을 받았다고 해도 결론이 달라지지 았습니다.
그 이유는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 기간 내에만 가능하기 때문이죠. 즉, 피상속인 김상원씨가 사망한 후 3개월 이내에 상속을 포기한다는 신고를 법원에 제출하여야만 합니다.
대법원 역시 상속인 중에 일부가 피상속인의 생존시에 상속을 받지 않겠다고 약정을 하였더라도, 피상속인 사망 후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지 않은 이상, 상속개시 후에 자신의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하였습니다.
정리하자면, 상속을 포기 또는 상속재산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는 피상속인이 사망하여 상속인의 지위를 취득한 이후에 일정한 요건과 형식을 갖추어야만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위 김윤정씨, 김윤희씨 그리고 김윤영씨가 아무리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썼다고 하더라도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문준씨(가명)는 지난 3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속인으로는 자녀 이근영씨(가명), 이근행씨(가명), 이근형씨(가명), 이근호씨(가명) 이렇게 네 명이 있습니다. 이문준씨가 돌아가시고 네 자녀는 상속재산 처리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근형씨가 사업에 실패하여 빚이 많았는데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이근형씨가 상속받으면 분명히 채권자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이근영씨와 그 동생들은 이근형씨가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쓰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면 상속재산을 받은 것이 없으니 상속재산을 안전히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상속등기까지 마쳤는데 몇 개월 후 이근형씨의 채권자로부터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이근형씨가 받아야 할 상속재산이 무단히 처분됐으니 이를 돌려놓으라는 내용의 사해행위취소소송이었죠.
유감스럽게도, 이문준씨의 상속인들은 상속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은 탓에 법률상 큰 실책을 범하였습니다. 상속포기와 재산분할포기각서의 효력이 같다고 생각한 것이죠.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법률효과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이 둘을 구별하여야 합니다.
흔히 ‘상속포기’는 두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첫째는 상속을 받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는 것인데 엄밀히 이 행위는 법률적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면서 재산을 받지 않겠다고 다른 상속인들과 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상속포기는 아니죠.
진정한 의미의 상속포기는 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는 것입니다.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고 이 의사표시가 수리되면, 상속포기 신고를 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으로 됩니다. 상속인이지만 재산을 받지 않겠다는 것과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은 아예 다른 의미이지요.
그래서 채무가 많은 상속인이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쓰면 자신이 상속받아야 할 재산을 다른 상속인에게 넘긴다는 의미가 되니 채권자들 입장에서는 분명한 사해행위가 됩니다. 반면에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이 되니, 채권자들 입장에서 사해행위가 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의 입장도 동일합니다.
상속인인 이근형씨가 재산보다 채무가 많아 상속받을 재산에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우려가 있었다면 재산분할포기각서가 아니라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했어야 합니다.
결국 이문준씨의 상속인들은 상속전문변호사에게 상담전화 한 통만 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송사를 겪어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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