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상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별한정승인

 

  가족 중에 돌아가신 분이 있으면 그 분의 상속인들은 돌아가신 분의 재산을 상속하죠. 이때 상속인들은 돌아가신 분(법률적으로 ‘피상속인’이라고 합니다)의 재산뿐만 아니라 빚도 상속을 합니다. 재산만 받고 빚은 받지 않겠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같이 승계를 하거나 아니면 같이 포기를 하여야 하죠.

  그런데 경우에 따라 피상속인의 빚을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피상속인이 은행이나 카드회사 또는 보험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았다면 그러한 빚은 조회가 가능하지만 개인 간의 채권채무 관계는 알기가 어렵죠. 특별한정승인은 이럴 때 필요합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상속인들은(상속인이라면 누구나) 상속재산과 채무를 조회할 수 있는데요,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안심상속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하면 피상속인 명의의 부동산, 금융재산(예금, 적금, 보험, 채권 등), 자동차, 국민연금, 국세 및 지방세 체납 내역을 일괄적으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으로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만약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조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위 안심상속원스톱 서비스와 같은 통합적인 조회만이 안 될 뿐이죠. 조상땅 찾기 서비스, 상속인금융조회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됩니다.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 재산보다 채무가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 상속인들은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해서 피상속인의 채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를 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이 되고,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받은 한도 내에서만 상속채무를 변제하면 됩니다. 그래서 상속받은 재산이 없다면 상속인 입장에서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됩니다. 이 상황에서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하지 않으면 상속인들은 자신의 재산으로 피상속인의 채무를 책임져야 합니다.

  이러한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은 상속이 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법원에 신고를 하여야 할 수 있는데, 피상속인의 채무가 있는지를 알 수가 없어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채 이 기간이 지나버리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피상속인이 사망한지 한참이 지나서야(때로는 몇 년이 지나서) 채권자로부터 지급명령신청이나 소장을 받고 그제야 피상속인의 채무를 알 수도 있죠.

  피상속인의 채무가 얼마 되지 않으면 큰 문제는 되지 않지만, 원금에 이자까지 붙어 상속인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액수가 되면 이제 상속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바로 특별한정승인입니다.

 

 

  김광원씨(가명)의 막내 동생 김광중씨(가명)는 3년 전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족들은 김광중씨가 부인 양은정씨(가명)와 이혼 과정을 겪으면서 심신이 피폐해 진 탓에 암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광중씨가 부인과 자식없이 세상을 떠나고 부모님인 김동훈씨(가명)와 이선희씨(가명) 역시 예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김광중씨의 상속인으로는 형제인 김광원씨와 김광일씨(가명) 뿐입니다.

  김광원씨는 동생 김광중씨가 외롭게 세상을 떠난 후 김광일씨와 그의 재산 정리를 하였습니다. 김광중씨의 재산이라고는 아파트 전세금과 5년 된 중형 자동차가 전부여서 사실 정리할 재산도 많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김광중씨가 세상을 떠난지 3년이 지났는데 지난 주에 김광원씨와 김광일씨는 법원으로부터 등기우편을 받았습니다. 내용인즉슨, 김광중씨가 살아 생전에 주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린 후 갚지 않았고, 원금에 이자까지 하면 2억 원이 넘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김광원씨와 김광중씨는 당장 소장을 들고 상속전문변호사를 찾았습니다. 김광중씨가 사망할 당시 그가 남긴 재산을 다 더해도 8,000만 원이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2억 원을 갚을 수 있을지 김광원씨 형제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특별한정승인은 피상속인의 채무초과상태(재산보다 빚이 많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위 김광원씨 형제 사안에서처럼, 상속인들이 미처 알 수 없는 채무가 나중에 발견되었을 때 예전에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채무를 전부 책임져야 한다면 지나치게 가혹하겠죠.

  따라서 김광원씨 형제처럼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기간이 지나 중대한 과실 없이 피상속인의 채무초과사실을 몰랐던 상속인은 그 초과사실을 안 날(이 사건에서는 소장부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점은 이제 이 3개월의 시간을 넘기면 구제방법이 더 이상 없다는 점입니다.

  특별한정승인을 하면 김광원씨 형제는 김광중씨가 남긴 8,000만 원의 한도 내에서 빚 2억 원을 책임집니다. 그래서 김광중씨의 재산 8,000만 원을 넘는 1억 2,000만 원의 빚에서 김광원씨 형제가 벗어날 수 있죠.

  상속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구제방법인 특별한정승인으로 자신의 경제적·사회적 생명을 지켜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