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후견과 도박중독자 보호오변의 법률cafe/가사 2020. 2. 16. 15:31
# 안양시에 사는 주부 A는 남편의 도박중독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A의 남편은 도박빚을 갚기 위해 여기저기 돈을 빌리고 다녔는데 우연히 A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거죠. A는 이제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또 도박에 손을 댄 남편의 행동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리고 시부모님이 하도 사정을 하여 일단 도박치료부터 받기로 하고 법적으로 돈을 더 못 빌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찾고 있습니다.
# 군포시에 사는 B도 A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편이 MMORPG 게임에 빠져 있는 것까지는 좋은데 아이템을 사는 데에 벌써 몇천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도 아이템 뽑기를 하는데에 500만 원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B는 까무러치는 줄 알았습니다. B의 가족 한 달 생활비보다 많은 돈이기 때문입니다. B는 빠듯한 살림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남편이 그런 식으로 돈을 허망하게 쓰니 B 역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소소한 재미로 시작한 도박이 가정을 깨뜨리고 결국 자신의 인생도 망가뜨린 사례는 정말 셀 수 없을만큼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도박에 빠진 사람의 개인적인 의지 문제에 집중한 것도 사실이었죠.
하지만 도박은 정신적인 질병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도박에 빠진 사람의 정신과적 질환은 병원에서 치료를 하지만, 그동안 도박에 빠진 사람과 그 가족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는 한정후견이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물론 도박에 빠진 사람에게 한정후견인이 있다고 해서 이 사람이 도박자금 또는 도박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는 행위 자체를 사전에 차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돈을 빌리거나 담보를 설정하는 행위를 사후에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고, 한정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된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도박에 빠진 사람의 증세가 더 심각해지고, 그 도박중독으로 가정생활과 교우관계가 파탄나기 전에 빨리 도박중독치료를 하는 동시에 한정후견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2013. 7.에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되면서 후견제도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성년후견이라는 법정후견제도에는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등의 후견형태가 있죠.
이 중 한정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등 그밖의 사유로 정신적인 제약이 있어 사무처리를 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위한 후견형태입니다.
가정법원이 한정후견개시를 결정하면, 후견인은 법원의 감독 하에 여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요, 법원이 설정한 범위 내에서 피후견인(후견을 받는 사람)의 법률행위를 대리할 수도 있고, 피후견인의 법률행위에 동의를 할 수도 있고, 또는 후견인의 동의없이 한 피후견인의 법률행위를 사후에 취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3자가 보기에 피후견인은 멀쩡한 사람이므로(제3자 입장에서는 피후견인에게 한정후견이 개시되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우므로), 피후견인이 돈을 빌리는 행위를 후견인이 나중에 알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후견인이 돈을 빌리는 행위를 취소하고, 채권자에게 빌린 돈을 변제(이때 변제는 후견인의 재산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피후견인의 재산으로 하는 것입니다)하게끔 할 수 있습니다.
한정후견이 개시되기 위해서는 도박에 빠진 사람에게 정신적 질환이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사실 한정후견개시에 있어서는 도박에 빠진 당사자 본인의 협조가 가장 중요합니다.
한정후견이라는 후견형태에서는 사건본인(당사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건본인에게 충동조절장애 등 정신적 질환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건본인 스스로 정신과에 갈 수 있어야 하겠죠.
따라서 도박에 빠진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정후견 절차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정후견개시를 시작하기 전에 도박에 빠진 사람과 가족들 사이에 충분한 대화가 있어야 합니다.
도박에 빠진 사람을 완벽하게 지켜 줄 사회안전망은 없습니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이죠.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 민법은 한정후견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도박중독을 치유하는 동안 도박에 빠진 사람과 그 가정의 경제적인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한정후견 절차를 이용하는데에 망설이지 마세요.
'오변의 법률cafe > 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민등록등본 생일과 가족관계등록부(호적) 생일이 다르다면? (0) 2020.06.25 성년후견인신청방법 알아봅시다 (2) 2020.04.04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절차 안내 (0) 2020.01.08 실종선고의 절차와 효과 (0) 2020.01.06 별거중바람과 위자료 및 친생부인의 소 (0) 202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