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과 상속포기를 잘 하는 법?

 

한정승인과 상속포기 중 어떤 것을 해야할지 잘 판단이 안 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냥 상속포기를 하자니 내 자녀들도 같이 상속포기를 해야해서 그것도 번거롭고, 한정승인을 하자니 그러려면 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겠고. 이럴 때 참 난감하죠.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하면 내 재산에 전혀 손해가 없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다만 여전히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상속인이 되는지에서 차이가 생길 뿐이죠.

 

한정승인을 하면,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10억 원이 훨씬 넘는 빚을 지고 돈을 한 푼도 남겨놓지 못하셨다면, 상속인들은 상속재산을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빚을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만일 아버지가 2억 원을 남기도 돌아가셨으면 그 2억 원의 한도 내에서만 빚을 갚아버리면 그만입니다.

 

 

상속포기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이 되기 때문에 제일 깔끔합니다. 그러나 내가 상속포기를 하면 내 자녀도 상속포기를 하여야 하고, 내 자녀가 상속포기를 하면(나와 내 자녀는 아버지의 '직계비속'으로 1순위 상속인입니다. 다만 내가 내 자녀보다 아버지에게 더 가깝기 때문에 내가 아버지의 상속인이 되는 것이죠) 2순위 상속인인 '직계존속'(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 3순위 상속인인 아버지의 형제자매까지 모두 상속을 포기하여야 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통상 상속인이 여러 명일 경우에는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을 섞어서 사용하곤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자녀들이 있으면, 어머니만 한정승인을 하고 자녀들은 모두 상속포기를 하였습니다. 이럴 경우 보통은 손자녀까지 상속포기를 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최근의 대법원 판결은 기존의 실무상 처리를 뒤집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들 전부 상속포기를 하면 손자녀들(손자녀들이 없으면 2순위 상속인인 직계존속)과 배우자가 공동상속인이 되고 다만 그 손자녀들(손자녀들이 없으면 2순위 상속인인 직계존속)이 없으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는 것이죠.

 

위 대법원 결론에 따르면, 어머니만 한정승인하고 자녀들이 모두 상속포기를 하더라도 손자녀들과 어머니가 공동상속인이 되기 때문에 손자녀들이 다시 상속포기를 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위의 예에서 어머니 대신 자녀들 중 한 명이 한정승인을 하고 배우자와 나머지 형제들이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1순위인 직계비속 중 한 명이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공동상속인들 모두 상속포기를 했으니 한정승인을 한 사람만 단독상속인이 되고, 따라서 손자녀들이 굳이 상속포기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처럼,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는 겉으로는 간단해 보여도 꽤 많은 쟁점을 가지고 있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를 결정하여야 하는 상황이 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