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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해행위와 상속포기각서
    오변의 법률cafe/민사 2020. 11. 25. 15:27

    # A의 누나는 얼마 전에 개인회생 파산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사업실패로 큰 빚을 졌죠. A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재산을 조금 남기셨는데, A의 누나는 자신이 재산을 받아봐야 채권자들이 다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자기는 상속포기를 하겠다면서 상속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A는 아버지의 재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하였는데요, 얼마 전에 누나의 채권자로부터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받았습니다.

     

    # B의 여동생은 역시 개인회생 중입니다. 남편 사업에 보증을 선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B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재산을 남기셨는데, B의 여동생은 어차피 자신은 재산이 아무것도 없고, 아버지 재산을 상속받아봐야 채권자들 좋은 일 시킨다면서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법무사를 찾아가 모든 재산을 B가 상속한다는 내용의 상속포기각서를 쓰고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한 후 B가 아버지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하였습니다. B 역시 여동생의 채권자로부터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받았습니다.

     

    # C의 형 역시 도박 문제가 있어 큰 빚이 있습니다. C의 아버지는 큰 아들의 도박빚을 여러 차례 갚아주었는데 그 액수를 다 합하면 수억 원에 달합니다. 그래서 C의 형은 자기는 아버지한테 재산을 받을만큼 받았고, 어차피 아버지 상속재산을 받아봐야 채권자에게 간다면서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법무사를 찾아가 모든 재산을 C가 상속한다는 내용의 상속포기각서와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한 후 C가 아버지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하였습니다. 얼마 후 C는 형의 채권자로부터 사해행위취소소송 소장을 받았습니다.

     

    Image by engin akyurt from Pixabay

     

      채무자가 상속인이 되었는데도 일부러 상속을 받지 않으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당장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란, 쉽게 말해 빚을 진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빼돌려 채권자들로 하여금 돈을 회수하지 못하게 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민법은 이렇게 채무자가 사해행위를 했을 때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하여 채무자와 제3자 사이의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제3자에게 넘어간 재산을 채무자 명의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 A, B, C 사례 모두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재산보다 빚이 많아(이를 '채무초과' 상태라고 합니다) 상속을 포기했고, 그 상속인의 채권자가 다른 상속인을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시작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미 비슷하지만 조금씩 무언가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네 비슷해보이지만 이 세 가지 사례의 결론은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이런 비슷한 상황이라면 반드시 상속전문변호사와 상담해 보셔야 합니다.

     

     

      A의 사안에서 A는 걱정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A의 누나가 정당하게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했고 그 신고에 대한 수리결정이 있으므로 사해행위는 없다고 하면 됩니다.

      대법원은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이라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꽤 긴 지면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결론부터 알고 계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이 결론만 아셔도 충분합니다.

      그래서 상속인 중에 채무초과인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상속을 받아 자신의 빚을 변제하겠다고 결심한 것이 아닌 이상, 반드시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상속포기각서를 쓴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반드시 법원에 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반면에 B는 이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B의 여동생이 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상속포기각서와 함께 재산을 받지 않겠다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상속이 개시되어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각 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공유관계로 이행시킴으로써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하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라고 하였습니다.

      법원에 상속포기를 한 것과 상속포기각서를 쓴 행위 둘 다 상속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전혀 다른 효과를 가지고 온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상속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간혹 상속등기를 한 후에 다른 상속인의 채권자로부터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당하고 나서 문의를 주시는 분이 있는데 이 분들이 이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C와 같은 사례 외에는 없습니다. 그럼 C의 사례는 B와 무엇이 다를까요?

     

    Image by Michal Jarmoluk from Pixabay

     

      C의 사례가 B와 결정적으로 다른 포인트는, C의 구체적 상속분이 없다는 점입니다.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에 상속재산을 나누는 비율은 법정상속분이 아닌 구체적 상속분입니다(물론 상속인들 전원의 협의로 법정상속분대로 재산을 나누자고 하면 법정상속분대로 재산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때 구체적 상속분이란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과 기여분을 고려한 상속재산의 실질적 분할비율을 의미합니다.

      만약 공동상속인 중에 한 사람이 자신의 법정상속분보다 많은 재산을 미리 증여받았다면, 그 사람은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가 없습니다. 

      대법원 역시 "공동상속인 중에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특별수익을 고려하여 상속인별로 고유의 법정상속분을 수정하여 구체적 상속분을 산정하게 되는데...(중략)... 특별수익자인 채무자의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계산한 구체적 상속분을 기준으로 그 재산분할결과가 일반 채권자의 공동담보를 감소하게 하였는지를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다26633 판결)."라고 하였습니다.

      즉, C의 사례에서는 구체적 상속분에 따라 상속재산을 분할할 경우 어차피 C의 형은 구체적 상속분이 0이어서 분배받을 재산이 없는 사람이므로, 이 사람이 자신이 재산을 받지 않겠다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채권자와의 관계에서 사해행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해행위와 상속포기와의 사이에는 다소 복잡한 법률적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양지차로 달라지니 꼭 상속전문변호사의 자문을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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